※ 본 글은<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온라인 매거진 '와'> 연재된 네스트포넥스트 김수향 대표의 글입니다.
이전 글: 미래시민 엿보기 [시민교육 1]
앞서 필자의 글에서 오랜 시민교육의 시도로 안정적인 사회 안착을 보인 영국 시니어 그룹의 시민교육 모델을 보았다. 그 주제를 시민교육의 첫 화두로 잡은 이유는 우리에게 왜 시민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찰과 시민교육의 최종 목표가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자발적 참여’에 있다는 점을 주지하고자 함이었다. 이번 회에 글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시민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기본적인 동의는 사회와 교육 전반에 팽배한 분위기다. 최근 일고 있는 갑을 논쟁의 중심에 있는 대기업 오너 딸의 행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동인권 착취를 비하는 일명 ‘열정페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젊은 청춘들이 받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이 시민교육의 부재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사회의 일원으로 현재 있는 자리에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 지를 인식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결과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여러 시스템 안에서 시민교육의 안정적 정착은 시대적으로도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던진다. 이것에 대한 답은 먼저 ‘누구를 위한(For whom) 시민교육인가’로부터 출발한다. 시민교육의 타깃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교실 안 교육’이 필요한 초‧중‧고 학생들, 두 번째는 청년과 장년층을 아우르는 그룹, 마지막으로는 시니어 그룹을 위한 평생교육(혹은 계속교육)으로 볼 수 있다. 이 세 그룹을 위한 시민교육은 하나의 선상에 있을지라도 방법과 수준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시민교육이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많은 국내 교육 전문가들이 공교육 내 시민교육의 안착이 시급하다고 하지만 시작 연령과 방법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시민교육의 메카라 불리는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미국의 경우 시민교육의 출발을 ‘학교 안 교육’에서부터 보고 있다. 미국은 1998년, 영국은 2002년에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였고, 1985년 초·중학교에 ‘시민교육(Education Civique)’을 의무화한 프랑스는 1999년부터 고등학교에서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스웨덴과 스페인 등은 시민교육 과목이 따로 개설되지 않았지만 사회나 도덕 과목 안에 시민교육은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시민교육의 허브 역할을 하는 기관들을 따로 마련하고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가까운 싱가포르 역시 지난 2012년 가치지향 교육을 교육의 모토로 공표하고 모든 학교 시스템 안에 이 같은 목표를 위한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그중에 핵심이 인성교육과 시민성교육이라 하겠다. 이화여대의 양승태 교수가 올해 한 심포지엄(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에서 ‘사회적 리더들의 정신적 품격을 갖출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교양시민문화의 형성을 근원적이고 장기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초중등 교육에서 이뤄지는 시민교육이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공교육 내에 시민교육의 편입은 앞서 이야기한 국가에서도 정착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필요성은 동일하게 느끼고 있으며, ‘세계시민교육’이라는 화두로 계속 발전 진행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공교육 내의 시민교육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그럼 ‘교실 안 시민교육’의 도입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자라나는 세대에게 시민교육을 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교육과 확충은 그 어떤 사안보다도 절실하다. 사실 현재 그들을 양육하고 있는 세대는 제대로 된 시민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많지 않은 세대이다. 특히 유럽과 주요국들이 교육 과정 내 사용하는 시민교육의 방법들은 토론, 프로젝트, 모의 법정, 설문 조사, 역할극 등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들이 아니다. 말 그대로 전달자와 수용자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interaction)이 요구되고 수많은 케이스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고민을 끌어내고 결론을 합리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는 과정상의 경험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현직의 교사들에게 본인의 교수 업무 이외에 ‘시민교육’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던져주고 연구해 진행하라 것은 무리일 뿐 아니라 진행한다 해도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도 어렵다.
시민교육은 흔히 말하는 정보나 지식 교육이 아니다. 일종의 가치 교육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가치 교육의 핵심은 ‘전달자’이다. 이 가치는 한 개인의 변화를 수용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내면 동기까지 갖게 해주어야 한다. 시민교육의 거장 스티븐 교수(Steven E. Finkel, University of Pittsburgh / “CE(Civic Education) must be repeatedoften; interactive; and given by a respected teacher.”)는 시민교육의 중요한 포인트 세 가지 중에 하나로 바로 존경할 만한 선생님에 의한 가르침을 꼽았다. 내면 동기가 동반되어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치 교육은 실질적 전달자에 따라 그 과정이 거부감으로 다가오느냐를 가늠 짓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가올 ‘학교 안 시민교육’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정부의 준비는 꼭 필요해 보인다. 싱가포르의 경우 ‘인성 교육’을 가르칠 교사들이 가치의 전수자라는 점을 감안해 예비 교사들이 학부 과정 내에서 환경, 인권 등과 관련된 가치 중심의 교육 주제를 다루는 커뮤니티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전달자와 함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바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접근은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주제가 되면 좋다. 시민교육의 중심이 되는 기본적인 주제들을 현재의 학교 이슈나 사회적 이슈와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학교에서는 이러한 인성과 시민성 교육을 주입식으로 계발시킬 수 없다는 자각에 기반을 두고 실생활의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된 방식으로 교육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 결과 이러한 일련의 교육은 다른 교과와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영어, 수학, 과학 등 일반 교과 수업이나 방과 후 활동과 통합돼 실시된다.(출처: 한국교육신문, 2012년 8월 9일, 「싱가포르의 인성·시민성 교육」)
이러한 통합 수업이 아니더라도 시민교육이라는 주제로 학교생활에서 실제 시민성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 사태 이후 진행되는 여러 법적 절차와 경찰서나 보호관찰소 등 관련 기관들에 대한 안내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딱딱한 주제보다도 실제로 내가 정치적인 의무를 행사할 때 부딪칠 여러 상황들과 왜 나에게 정치적 책임이 있는가에 대한 주제를 실질적인 질문과 함께 다룰 수 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런 정치적 이슈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접근한다. 위의 홈페이지(http://www.teach-nology.com)에서는 교실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민교육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중 하나를 살펴보면 ‘선거 등록일자가 10월 1일인데 다음 선거일은 11월 18일이고 그때가 바로 너의 생일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선거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질문이다. 또 이 질문에 대한 이유를 적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행법에 의거 자신이 투표할 수 있는 나이와 시기가 언제 되는지를 알 수 있고, 동시에 정답이 아닌 대답에 손을 든 학생이 제시한 이유가 합리적이라면 그것을 실제로 의회에 상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의제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방법적인 측면에서 실제 학습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주제가 정해지면 어떤 한 주제에 대한 신문기사나 사례 연구(case study)를 통해 그 주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먼저 인식하게 한다. 그리고 몇 가지의 과제(task)와 질문, 활동(activity)을 통해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자기화의 시간을 갖게 한다. 이후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정리하도록 한다. 자신의 생각을 실제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공감을 얻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대중적인 반응을 살펴보는 작업까지 완수하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독일의 경우도 교사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은 주제와 관련하여 관심 있는 분야를 스스로 정하고 그룹을 결성하여 토론을 진행한다고 한다. 또한 교과서가 단순한 토론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주제와 관련된 역할극, 브레인스토밍, 벽신문 같은 구체적 실행 방법들은 물론, 현장에 나가서 인터뷰를 하거나 친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출처: 「2008년 국회 간담회 세계의 시민교육」 중 독일의 시민교육, 이인선(영등포 여자 고등학교 교사))
호주 남부의 아들레이드(Adelaide) 지역에 위치한 로클리스 노스 초등학교(Lockleys North Primary School)는 우리 나이로 만 5세 아이들부터 매주 학급 미팅(Class Meeting)을 진행한다. 학급 미팅의 주된 안건은 바로 학교 안에서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은 매주 이 미팅에서 학생들 스스로가 용납할 수 있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들에 대해 토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안에서 지켜야 할 규범들을 스스로 정한다. 이렇게 학생들로부터 상정된 안건은 모두의 동의가 있은 뒤 매일 학급의 생활에서 지켜져야 할 학급의 행동 강령(Code of Conduct)로 상정된다. 아이들은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절충해 가는 과정을 배우며 스스로 만든 규정을 지킬 때 거기서 파생되는 긍정적인 결과까지 추적해 최종으로 그 결과를 놓고 또 한 번 토론을 한다. 행동 강령을 잘 준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 학급 내 상벌 체계도 확실하다.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학생에게는 학급 내에서나 전교생 부모들에게 나가는 뉴스레터 등에 공지되고 전교생 앞에서 상을 받는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단계별로 벌을 주는 시스템을 적용한다.
이 학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굳이 수업 시간에 배우지 않아도 대인 관계 기술이나 나와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법, 갈등을 조율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은 학생들 간의 관계뿐 아니라 교사와 학생,
외부인과 학생들의 관계 및 행동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이 학교는 이 지역에서도 가고 싶은 학교 1순위로 손꼽히는 학교로 정평이 나있다. 이 학교의 중요한 시민교육의 포인트는 바로 학생들이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만 5세부터 스스로의 행동이 가져오는 인과관계와 책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은 교실 안 수업이 아닌 바로 그들 스스로의 ‘과정 참여’에 있는 것이다.
많은 시민교육가들이 지적하는 점도 이와 동일하다. 학교 안 시민교육은 단순히 일방적인 전달의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시민교육을 학습하는 그 현장과 과정 자체가 교육의 일환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은 다양한 접근의 시민교육 방식을 제안한다. 아래 사이트(https://www.icivics.org/) 학습자와 교사에게 다양한 방법의 시민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학생들에게는 게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민교육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교사들에게는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학습 자료를 제공한다. 특히 이 사이트의 최고의 강점은 바로 게임 시뮬레이션이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시민교육의 주제들을 친근한 게임 시뮬레이션으로 접근함으로써 상호작용(Interactive) 측면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경험하고 체득하는 시민교육이 절실한 지금이다. 시민교육을 공교육으로 편입시킨 많은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시민교육 재편을 위해 관련 교육기관만 움직인 것이 아니다. 시민교육은 말 그대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위해, 인생 전반에 거친 교육이 되어야 하며, 이에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글쓴이 : 김수향 대표(네스트포넥스트)
네스트포넥스트 (대표: 김수향)
사업자등록번호 541-87-02024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4길 15 메가시티오피스텔 1201호
info@nest4next.com
© 2021 nest4Next. All rights reserved.